#26. 친구를 활용한다?
일기 중에 친구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잠시 적은 적이 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 이미 그리고 좋은 관계였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친구를 나도 모르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의식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필자의 심연에서는 '갸우뚱'이었다.
그래서 고민해보았다. 과연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
분명한 것은 이용하기 위해서 친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과분할 정도로 좋은 관계이고 서로 정과 의리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고를 하던 도중 간혹 했던 것 같다는 찰나의 생각을 잡았다.
그 생각을 지도를 펼치듯이 펼쳐보았다. 그랬더니 한 에피소드가 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상황에 기대어서 이용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열띤 논의를 수 차례 진행했다.
사실은 그 친구도 생각하기를 '자기도 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며 너무 고리타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열띤 토론의 끝에서 내린 서로의 결론은 '서로 이용하면 어떠냐'였다.
결국 서로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만족하자였다.
그리고 서로 굉장히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이용당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고
심장 속의 혈액이 파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감동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간혹 이렇게 문득 드는 생각 때문에 사념에 휩싸이면 가장 가까운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풀곤 한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도 그 친구를 이용한다는 생각을 하면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는 친구로서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끈끈한 우정이 함께하는 사이에서 그 정도는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심은 기저에 깔려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이고 아무리 착하더라도 그 상대 또한 이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위하는 것에 있어서 그런 사고까지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
서로 잘 이용당해주었다면 그걸로 족할 것이고 자주 발생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대체로 좋은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면
여태껏 잘 해냈던 것처럼 본업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며 친구 관계도 잘 꾸려나갈 것이다.
필히 그럴 것이다.